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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Play

문화읽기

장애가 ‘이상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글 · 박향아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상한 자기소개’다.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우영우가 세상과 소통하며 변호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는 저마다의 장애를 가진 세상의 많은 우영우들을 이상한 시선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vs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

가히 우영우 신드롬이라 할만하다. 대중에게는 낯선 케이블 채널ENA에 편성돼 0%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입소문과 함께 시청률 17%를 넘기며 인기가 고공행진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경남 창원시 동부마을 팽나무와 경기도 수원의 한 김밥집은 관광 명소가 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박은빈)는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임 변호사다. 서울대 로스쿨 수석에 법전을 달달 외고, 다양한 사건을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 이쯤 되면 대형 로펌에서 앞다투어 데려가야 정상인데, 어찌 된 일인지 우영우는 입사 지원한 모든 로펌에서 거절당한다. 이력서에 적힌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한 단어가 우영우라는 이름 앞에 붙는 엄청난 스펙마저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형 로펌인 ‘한바다’에서 인턴 제의가 온다. 입사 첫날 상사인 정명석 시니어 변호사는 이력서 뒷장에 ‘특이사항 자폐스펙트럼장애’가 기재된 사실을 알게 된 후 대표를 찾아가 자폐가 있는 변호사를 어떻게 가르치냐며 불만을 표시한다. 이에 한바다의 한선영 대표가 정명석 변호사에게 한 대사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력서 뒷장에 꽂혀 앞장을 안 보신 건 아닌가요?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에 변호사 시험 1,500점 이상, 이런 인재를 법무법인 한바다가 안 데려오면 누가 데려오나요?”



장애는 장벽이 아닌 조금 다른 특징일 뿐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은 기존에도 존재했다. 자폐가 있는 초원이의 마라톤 도전기를 그린 영화 <말아톤>과 마찬가지로 자폐가 있는 주인공이 의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아낸 드라마 <굿닥터> 등이 그렇다. 이들 작품이 장애인의 특별한 능력과 이를 통한 장애의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동등한 사회 일원으로서의 우영우를 그려낸다.

드라마 속에서 우영우는 자신의 장애를 항상 당당하게 밝힌다. 이력서에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정보가 누락된 것을 스스로 얘기하고, 국민참여 재판에서는 “사정이 딱하다는 걸 보여주는 데는 장애만 한 게 없다”면서 직접 변론을 맡아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자폐인 동생이 의대생 형을 죽였다는 혐의로 변호를 의뢰했을 때도, 자신의 경험과 자폐의 특성을 토대로 자신만의 변호를 펼쳐 무죄를 끌어낸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수백명이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느껴진다. 특히 ‘줄리안’ 역을 맡은 배우 파비앙에로는 실제 뇌성마비를 가진 비전문 배우인 만큼, 무려 2,700명의 아이언맨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파비앙 에로의 모습은 장애인스포츠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명장면이다.



우영우가 인간 우영우일 수 있게 함께하는 사람들

드라마는 매회 등장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우영우가 아닌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임 변호사 우영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끔은 실수를 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상사와 동료들과 함께 극복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듯 자폐스펙트럼장애 역시 우영우가 가진 다양한 특성 중 하나로 바라보게 된다. 우영우의 성장을 보고 있노라면 자폐 역시 다양성의 하나일 뿐, 장애와 차이를 넘어 얼마든지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드라마에는 ‘우영우가 온전히 인간 우영우’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딸이 장애로 인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묵묵히 믿어주는 아버지, 처음에는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우영우를 달갑지 않게 여겼지만 우영우가 가진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발견한 후에는 그가 좋은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정명석 변호사,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영우를 질투하면서도 강의실 위치와 휴강 정보,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는 ‘봄날의 햇살’ 같은 최수연, 영우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언제나 지지를 보내주는 소중한 친구 동그라미, 그리고 편견 없이 영우를 응원하고 사랑해주는 이준호까지…. 우영우가 그러했듯, 더 많은 장애인이 사회에 진출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중한 조력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