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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향한 빛나는 진검승부

휠체어펜싱 류은환 선수
글 · 박채림  사진 · 임근재
‘기대주’라는 말이 이토록 어울리는 청춘이 있을까? 빠른 손동작과 타고난 체력, 강한 승부욕까지. 고된 훈련을 이어가는 그에게서 강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9월, 이태리 피사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휠체어펜싱 류은환 선수의 이야기다.


집념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장

휠체어펜싱을 시작한 지 올해로 5년, 류은환 선수(롯데지주 브랜드팀 소속)에게 펜싱은 정복해야 할 빛나는 꿈이다. 2021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휠체어펜싱 금메달을 거쳐, 2022년 상파울루 휠체어펜싱월드컵 사브르 개인전과 2022태국 휠체어펜싱월드컵대회 플뢰레 개인전 동메달이라는 성과에도 그가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이유 역시, 아직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좋은 지도자분들을 만나 양질의 훈련을 받은 덕분이죠.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합숙하며 실력 향상을 부쩍 체감해요. 선수로서 실력이 늘고 있다는 체감만큼 뿌듯한 일이 있을까요? 소속팀 모기업인 롯데지주도 훈련을 물심양면 도와줘서 고되면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는 활달한 성격이 그를 운동이라는 취미로 이끌었다. 양궁과 사격 등 여러 운동을 두루 거치다 우연히 펜싱을 만났다. 하지만 처음부터 즐겁기 만한 종목이 어디 있을까? 취미로 조금씩 즐기던 운동에 점차 재미가 붙기 시작한 건 ‘지는 경험’ 덕분이었다.

“펜싱을 배우고 처음 경기에 나갔던 날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당연히 질 거라 생각은 했죠. 그런데 막상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패배하니 기분이 정말 좋지 않더라고요. 제가 워낙 승부욕이 강해요. 그런 경험이 오히려 펜싱에 재미를 붙게 했어요.”



빠른 스피드와 승부욕으로 도전을 거듭하다

그날의 패배는 그를 누구보다 열정적인 검투사로 바꾸어 놓았다. 휠체어스포츠 종목 중 유일한 격투 종목답게, 고정된 휠체어가 들썩거릴 정도로 격렬한 경기 운영 역시 류은환 선수를 매료시켰다. 상대의 틈을 거침없이 파고들 때, 마침내 ‘삑’하고 울리는 승리의 소리가 그를 매번 흥분시킨다.

“휠체어펜싱은 플뢰레, 에페, 사브르 세 종목으로 이루어집니다. 에페는 세 종목 중 유일하게 머리부터 가슴까지 상체 공격이 유효하므로, 상대방 선수의 움직임을 읽어내고 적시에 상대를 반격해 찔러야 합니다. 플뢰레는 찌르기만 공격으로 인정돼요. 머리, 등, 팔, 하체를 제외한 상체 메탈 재킷 부분에만 공격할 수 있고요. 사브르는 찌르기에 더해 베는 공격도 가능합니다. 그만큼 에페나 플뢰레 경기보다 속도가 빠르고 박진감이 넘치죠.”

박규화 휠체어펜싱 국가대표팀 감독은 류은환 선수가 같은 등급의 다른 선수와 다르게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전술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아직은 성장하는 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인내심을 갖고 훈련에 임하여 각 종목별 경기능력을 올린다면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곁에서 함께하는 감독님과
코치님들,
매일 얼굴과 칼을
맞대는 동료들,
먼발치에서 항상 저를
걱정해주는 가족들 덕분에
행복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고요.

빛나는 승리를 위해 더 가까이

류은환 선수는 펜싱에 탁월한 기량을 가진 선수다. 플뢰레, 에페, 사브르 세 종목이 각각 룰과 기술, 선수의 타이밍이 다른데 각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고르게 높다는 강점도 있다. 젊은 선수로서 스피드와 힘도 좋지만 연습훈련과 경기 중 코치진의 피드백을 받으면 이를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판단력도 강점이다. 이는 같은 등급의 선수에 비해 장애 레벨이 높음에도 단시간에 좋은 성적을 내며 성장하는 바탕이 됐다.

그렇다면 그의 다음 목표는 어디일까? 당장은 9월 중 이태리 피사에서 월드컵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 겪고 있는 부상을 이겨내 상위권으로 입상하는 것이 목표다. 전북 선수단 시절부터 그를 곁에서 지켜봐 온 최도선 코치는 류 선수가 국내 대회에서 개인 3관왕에 올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11월 헝가리 에게르에서 열리는 대회는 파리 패럴림픽을 위한 포인트가 더해지는 경기로 더욱 철저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곁에서 함께하는 감독님과 코치님들, 매일 얼굴과 칼을 맞대는 동료들, 먼발치에서 항상 저를 걱정해주는 가족들 덕분에 행복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고요. 앞으로도 저를 더욱 갈고닦아 훌륭한 선수가 되겠습니다.”

영광의 승리는 운이 더해졌을 뿐이라며 겸손을 내비치면서도, 승부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언제나 진심인 류은환 선수.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힘은 결과만큼이나 승리를 얻는 과정에 있었다. 그의 노력이 반드시 눈부신 성취로 돌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