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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피플

자리를 지키며 더 큰 미래를 향하다

육상 유병훈 선수

김일균 · 사진 김지원

유병훈 선수는 올해 개최될 도쿄 패럴림픽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육상 간판선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그가 생각하는 최종 목표와 장애인체육의 의미를 들어봤다.

또 하나의 신화를 준비하다

육상 종목은 모든 스포츠의 시작이자 원형이며 전 세계 선수들의 도전하는 ‘스포츠의 꽃’이다. 또한 장애인체육의 근간으로서 우리 선수들이 꾸준히 패럴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종목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홍석만 I P C 선수위원이 현역 시절 100m, 200m, 4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김규대 IPC 육상 선수자문위원은 마라톤 종목에서 최초로 메달을 획득해 대한민국 육상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유병훈 선수 또한 홍석만, 김규대, 정동호 선수와 팀을 이뤄 2008베이징 패럴림픽 계주 동메달을 만들어낸 주역이자 육상 간판선수다.

유병훈 선수는 72년생으로 올해로 49세를 맞았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2019년 개최된 두바이 세계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에 800m동메달을 획득하면서 2020 도쿄 패럴림픽 출전 티켓을 확보했다.

이런 성과는 2014년 경상북도장애인체육회 육상실업팀의 창단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가대표팀 소집 훈련이 없을 때는 팀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는 구미시에 거주하면서 실내훈련 시설이 갖춰진 팀 사무실, 구미시민운동장, 낙동강체육공원 등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상은 개인 종목이지만 동시에 여러 선수들과 함께 뛸수록 훈련의 효과가 커진다. 하지만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후에는 팀 사무실을 서로 교차 이용하며 훈련하게 됐다. 이 때문에 훈련 자세를 교정하는데 필요한 대화나 훈련의 피로를 풀고 서로를 독려하는 식사 자리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팀 선수들 모두 외로운 훈련을 하게 된 셈이다.

목표를 향해 훈련을 이어가다

유병훈 선수가 의연히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로는 패럴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작년 말부터 이어진 대회 개최 여부에 대한 잡음은 훈련을 힘들게 했다. 지난해 국내 육상 대회가 모두 취소돼 훈련만 반복하는 일상을 보낸 것도 목표 의식을 불투명하게 만들어 의욕을 떨어뜨린 요소 중 하나다. 훈련의 성과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1년이라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병훈 선수는 약해지지 않고 패럴림픽 출전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훈련을 이어갔다.

“육상은 국내 대회 자체도 적기 때문에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전 세계가 똑같은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노력할 생각입니다.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유병훈 선수는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만들어지면서 장애인체육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을 느낀다고한다. 그래서 앞으로 많은 후배들이 발굴돼 대한민국 육상 메달리스트로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난 2012년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것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로 남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후배들을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가다

유병훈 선수는 육상의 새로운 희망을 기다리면서 다시 한 번 빛나는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육상 종목에서 패럴림픽 메달을 더해 대한민국 장애인육상의 역량을 세계에 일깨우기 위해서다. 세계선수권에서 이뤄낸 성취를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장애인체육의 유산을 남기기 위해 외로운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컨디션은 조금 떨어져 있지만 지난 두바이 세계선수권대회의 메달이 저한테 큰 자신감을 심어줬습니다. 대회 때까지 차근차근 준비하면 저의 소망인 개인 메달을 꼭 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패럴림픽 외에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가족이다. 지난 2015년에 결혼한 그는 운동선수라는 직업 때문에 남편으로서, 사위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와 한 번도 제대로 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도쿄 패럴림픽이 끝나면 패럴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아내와 함께 며칠간 휴가를 다녀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유병훈 선수는 이번 도쿄 패럴림픽 출전을 더하면 베이징, 런던, 리우에 이어 4차례나 최고의 대회에 도전한 선수다. 본인의 한계를 넘어 반드시 개인 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를 밝힌 그의 뚜렷한 목표 의식과 끝 모르는 노력은 모든 장애인체육 선수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가 패럴림픽에서 보여줄 빛나는 질주를 따라 더 많은 유망주들이 장애인체육에 도전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