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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톡톡 2

패럴림픽으로 가는 길

스포츠심리학에 묻다

최재섭 이천훈련원 연구원

스포츠심리학은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가짐을 바꿔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돕는 분야다. 최후의 순간에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도록 도와 더 많은 선수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심리 상태가 경기의 성패를 좌우하다

2004 아테네올림픽 사격 종목에서 1위로 여유 있게 앞서나가다 마지막 발에 옆 선수 과녁에 잘못 쏴서 8위에 머물게 된 매튜 애몬스 선수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마지막 발의 저주’는 금메달을 눈앞에 뒀던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까지 이어졌다. 항상 마지막에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애몬스는 ‘애몬스 징크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새가슴의 대명사’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게 됐다1).

인생에 있어서 운이 7할이고 재주가 3할이라는 뜻의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전문 운동선수들이 추구하는 ‘최고 수행(Peak Performance)’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운보다는 체력, 기술, 전략, 심리가 필요하다2). 경기력에 있어 심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애몬스 선수와 같이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심리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운보다는 심리가 선수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심칠기삼(心七技三), 심리 상태가 메달의 색깔을 바꾼다고 할 수 있다3).

조미료(MSG)와 심리기술훈련(PST)

집에서 먹는 밥보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맛있을 때가 있다. 비법은 바로 적당히 들어간 조미료(MSG). MSG는 때로 음식 맛을 완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필자는 같은 맥락에서 현장에서 선수나 지도자를 만나면 “스포츠심리학자는 스포츠에서 MSG같은 역할을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원재료(선수), 요리법(전략), 요리사(지도자)가 음식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조미료(심리)는 음식의 맛(결과)을 완성하거나 풍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리는 ‘금메달을 향한 정신적 전략(MSG: Ment a l Strategies for Gold)4)’을 제공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스포츠심리학자와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심리기술훈련이다. 심리기술훈련(Psychological Skills Training, PST)이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자기 조절적인 기술을 습득하도록 도움을 주는 훈련 과정’을 말한다. 이런 과정이 익숙해지면 목표 설정, 자신감, 불안 조절, 이미지트레이닝(심상)을 개인적으로 시행·훈련할 수 있고 팀 차원에서는 응집력, 팀 빌딩, 의사소통, 리더십과 같은 요소를 향상시킬 수 있다5).

불안 조절은 이런 효과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예다. 사슴이 한가로이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데 갑자기 사자가 나타났다. 이럴 때 동물은 생존을 위해 싸우거나 도망갈 준비를 하게 된다6). 당장 중요하지 않은 소화 기능은 멈추고, 싸우거나 도망가기 위해 심장을 뛰게 해 혈액 공급을 늘리고 근육을 수축한다. 이 때문에 몸이 굳고, 땀이 나고, 소화가 안 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불안하거나 긴장되는 상황에서 똑같이 벌어진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실체적인 위협’이 없더라도 생각이나 걱정만으로도 이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외부의 자극(환경, 상대 선수, 시합의 중요성, 심판, 관중 등)에 있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나의 반응(Response)과 해석이기 때문이다. 심리기술훈련은 이런 자기 조절을 훈련하는 것이다. 위협적이지만 실체가 없는 사자를 귀여운 고양이로 해석하고 반응하는 것이 훈련의 핵심이다.

장애인스포츠심리 분야의 현재와 미래

하지만 경기력 향상을 위한 심리기술훈련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심리라고 하면 막연한 거부감과 저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체 훈련과 같이 심리기술훈련도 반복과 연속성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현장에서 심리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중이며 훈련 효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덕분에 경기력향상을 도모하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장애인스포츠 과학화지원 사업’에서도 심리 지원은 운동생리(체력), 기술·영상 등과 함께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비장애인 종목에서는 스포츠심리 분야가 비교적 오랜기간 연구되고 시행되었지만 이와 비교해 장애인스포츠심리학 분야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장애인체육 선수를 대상으로 심리기술훈련을 시행하고 효과를 검증한 논문을 전수조사 했더니 단 10편뿐이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국내 장애인스포츠심리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포츠심리학은 향후 장애유형별 상담 방법, 종목별 경기력 향상 방안, 중도 장애인과 선천적 장애인의 심리적 차이와 같은 주제들을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은퇴선수의 일자리나 진로의 측면에서 ‘스포츠심리상담사’, ‘장애인스포츠심리상담사’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운동선수의 꿈은 가장 큰 무대의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2016 리우 올림픽 펜싱 경기에서 관중이 외친 ‘할 수 있다’는 한마디 응원이 한 선수의 마음가짐을 바꾸고 금메달을 거머쥐게 만든 것처럼 앞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 스포츠과학지원은 선수들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다.

  • 도쿄2020 홈페이지(2020). 매튜 에몬스, 마지막 한 발들의 기억.
  • 권상현, 최재섭, 신정택. (2018).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최고수행 도달 과정에 투영된 심리적 특성 탐색. 체육과학연구, 29(1), 203-221.
  • 김병준(2008). 메달 색깔을 바꾸는 심리훈련의 방법. 스포츠과학, 104, 55-62.
  • 최재섭(2019). 장애인스포츠과학화지원 내부보고서. 대한장애인체육회.
  • 김병준(2019). 스포츠심리학의 정석. 레인보우북스.
  • 김동환(2015). 스포츠 상해와 심리재활. 스포츠과학, 131, 4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