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읽기

모두에게 공정한 열린사회를 꿈꾸다

날아라 허동구

편집부

장애인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정작 장애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날아라허동구>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복잡한 세상 속에서 장애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태도로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다.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다

영화 <날아라 허동구>는 IQ 60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허동구(최우혁)와 주변 인물들의 성장을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 허동구가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아버지(정진영)와 서로 의지하며 경쟁과 승패로 양분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이 감동적인 영화다.

허동구는 학급 친구들이 마시는 물을 길어오는 물 당번 역할을 맡고 있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단 한 번도 귀찮아하는 내색 없이 아이들에게 점심시간 때 일일이 물을 직접 따라주는 동구에게 주전자는 자신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자 정체성 그 자체다. 그래서 동구는 아이들의 잔에 물을 채워주다가 다리가 걸려 넘어져도 곧바로 일어서서 다시 물을 따라줄 만큼 자신의 역할에 열중한다.

동구의 어수룩한 행동은 이내 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된다. 이런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동구의 짝꿍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준태(윤찬 분)다. 준태는 바보 취급을 받으면서도 화내지도 않고 마냥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동구를 괴롭히기 위해서 주전자 속에 개구리를 넣는 등 장난을 이어간다. 이런 문제 때문에 동구는 물 당번이라는 역할마저 빼앗기게 된다.

담임선생(이예원)은 아이들의 행동을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동구를 마뜩찮아 한다. 시험 성적이 낮아 반의 평균 점수를 깎는다는 이유다. 그래서 동구 아버지에게 아이를 특수학교로 전학 보내라고 권고한다. 죽은 아내의 병간호와 동구의 뒷바라지를 해온 동구 아버지는 병원비와 생활비로 사용하기 위해 집이자 가게를 담보해 대출을 받았고 이를 갚지 못해 가게를 빼앗길 상황이다. 여기에 학교마저 동구를 세상 밖으로 내치려하자 괴로워한다.

새로운 역할을 감당하다

역할을 잃고 학교를 배회하던 동구는 운동장에서 야구부 물 당번의 주전자를 발견하고 쫓아간다. 그리고 반에서 물 당번을 하며 기른 달리기 실력에 여러 우연이 겹치며 야구부의 일원이 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들 가장 앞장서서 달릴 줄만 아는 동구가 복잡한 룰을 가진 야구라는 종목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다.

학급 체육시간은 동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기회가 된다. 달리기 측정 시간에 동구는 한 바퀴만 돌라는 담임선생의 말을 듣지 않고 두 바퀴를 달려낸다. 심장이 약해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고 학급 친구들이 뛰는 걸 구경만 할 수밖에 없는 짝꿍 준태의 몫까지 뛴 것이다. 그리고 이 한 바퀴는 동구를 밀쳐내던 모두의 마음을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 준태는 동구와 함께 비디오 게임을 즐길 만큼 막역한 사이가 된다. 학급 평균을 올리기 위해 동구를 배제하던 담임선생은 오히려 동구의 시험 칠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이들의 태도가 변화한 것만으로 동구의 세상은 달라진다. 비오는 날에 차가운 비를 맞는 대신 친구 집에 가서 함께 어울리고, 야구부 적응을 돕기 위해서 담임선생이 개인 코치로 나서 돌보자 동구는 남들보다 느리지만 조금씩 세상이 정한 기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나아간다. 궂은 일만 도맡아하는 동안 놓친 것들을 주변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해나가는 동구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남들만큼 한다’는 기준점이 단지 세상이 정한 잣대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열린사회를 꿈꾸다

이런 동구의 모습을 누구보다 뿌듯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바로 아버지다. 유일한 혈육이자 세상의 전부인 동구를 위해 매일 먹고 살 것을 고민하던 그는 설상가상으로 암 판정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죽음보다 홀로 남겨질 동구를 걱정한다. 하지만 동구가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담장 밖은 부족하다. 집까지 돌아와야 비로소 1점이다”는 말을 하자 비로소 안심한다.

그는 빚에 허덕일 때도 동구때문에 집만은 지키려고 했다. 학교에서 집까지 찾아오는 걸 기억하는데 3년이나 걸린 동구가 집이 바뀌면 길을 잃을까봐 염려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마침내 다가온 친선 경기의 날에 날아오는 볼이 무서워 눈을 뜨지도 못했던 동구는 단짝인 준태의 조력과 훈련으로 세운 대책인 번트를 성공시킨다. 주자 만루인 상황에서 지고 있던 팀은 마침내 주루에 성공하고 승리를 거둔다. 응원단과 야구부 코치, 부원들이 환호를 부르는 동안 동구는 베이스를 밟아가며 홈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같이 뛰지 못한 이들의 몫을 더해 다시 한 바퀴를 도는 동구의 옆을 아버지가 함께 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품의 주제를 엿볼 수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베이스를 밟아 홈으로 돌아와 1점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타순이라는 역할을 맡아 노력 끝에 홈을 밟는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게 1점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가 기회를 준다면 누구나 편견을 딛고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그렇기에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기를 멈추고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사회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누구나 홈으로 달려 나갈 수 있는 열린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