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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C 사람들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한민수 대표이사

장애를 생각하는 관점을 바꾸다

김일균 · 사진 김재이

장애인 매니지먼트 기획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한민수 대표는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장애인 스타를 키워나가다

한민수 대표이사는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이자 평창 동계패럴림픽 메달리스트다. 당시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서 팀을 이끌었다. 또한 성화 봉송 주자로도 나서 경사진 슬로프를 밧줄 하나에 의지해 오르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메달 획득 후 선수들과 부둥켜안고 흘린 눈물을 마지막으로 선수은퇴를 선언하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현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대표가 된 그는 자신을 포함해 15명의 유명인들을 전문적으로 매니지먼트하고 있다. 패럴림픽 스타와 장애를 가진 아티스트들로 이뤄진 이들은 TV 프로그램과 광고, 지면 광고, 패션쇼 등 각종 무대에 출연한 경력을 가졌다. JTBC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모델 정담이, 온스타일 프로그램 <도전! 수퍼모델코리아> 시즌4에서 탑10에 진출한 모델 서영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최근 세계적으로 다양성 확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업계에서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육상선수이자 배우로 절단 장애인인 에이미 멀린스나 백반증을 앓고 있는 캐나다 출신의 패션 모델 위니 할로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드라마의 고정 배역을 맡아 출연하거나 유명 패션쇼에 출연하면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이자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선수인 김선미 선수가 하나은행의 브랜드 모델로 발탁된 바 있다. 장애인 체육선수가 단발성 광고를 벗어나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모델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화제가 됐다. 이는 향후 장애인이 광고계를 비롯한 새로운 분야에서 주역으로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차별적 인식에 맞서 싸우다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한 대표가 처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후배 선수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장애인식 개선 강연에 나서기 위해서 기획사를 찾던 노르딕스키 서보라미 선수를 회사와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차라리 직접 일을 맡아서 해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그는 후배들이 당하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듣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반 기획사에 소속된 메달리스트 후배가 3년 동안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이건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속 계약은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인데 회사가 책임을 방기한 거니까요. 선수들이 은퇴 후의 생활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더 화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장애인에 비해서 차별적인 대우도 문제였다. 대부분 높은 출연료를 받는 광고 모델, TV 출연자, 비장애인 체육선수에 비해서 장애인 스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이다. 교통비조차 되지 않는 금액으로 출연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자선을 베푼다는 식으로 출연 요청을 하는 제작사들을 직접 보고 겪기도 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장애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더욱 시급하다고 느꼈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의 성공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장애를 이겨낸 모습이 가장 멋지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이 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세상 한가운데로 나온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장애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스스로 나서 세상을 바꿔나가다
사진출처: 제이랩 스튜디오

실제로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앞장서서 노력해왔다. 선수 시절에는 장애인아이스하키 1세대로서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썼다. 은퇴한 시점에서 이미 48세로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장애인 패션모델과 장애인 보디빌더에 도전해서 장애계의 대표 인물로 떠올랐다.

장애인 패션모델 도전은 브랜드 ‘그리디어스’의 대표인 박윤희 디자이너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한 환경 보호모임에서 한 대표를 만난 그녀는 당당한 모습과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보고 모델 제안을 했다.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한 대표는 의족을 짚은 채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섰다. 대한민국 최초의 장애인 모델이 탄생한 순간이었고 그의 당당함과 용기는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디빌더에도 도전했다. 세 달간 닭가슴살만 먹으며 12kg을 감량하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긴장하면서 무대에 들어섰던 그는 모든 심사위원과 관중들이 기립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내 무대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대회에 최초로 장애인 부문을 만든 장본인이지만 비장애인 부문에 도전해도 입상했을 거라고 할 만큼 좋은 평을 받았다.

이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는 전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장애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특히 강연에 국한되어 있던 장애인 스타들의 활동 분야를 넓히고 그들이 흘리는 땀의 가치를 높여갈 생각이다. 장애인 체육을 넘어 장애인식을 높여나가기 위한 길을 가고 있는 한 대표가 써나가는 새로운 역사를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