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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장애인 체육, 나를 긍정하는 힘이 되다

우리는 썰매를 탄다

편집부

대한민국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의 도전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부족한 환경을 이겨내며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그렸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동메달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이뤄내기까지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살펴보고 장애인 체육이 주는 벅찬 감동을 만나보자.

영화 <챔피언스> 포스터
선수들, 고통과 불리를 이겨내다

아이스하키는 모든 동계 체육 종목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신체능력이 필요하고 경기 내내 끊임없이 상대에 대한 압박을 요구하는 스포츠다. 장애인아이스하키는 스케이트가 썰매로 바뀌었다는 점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비장애인 종목과 같고 아이스링크 위에서 썰매에 몸을 싣고 스틱 두 개에 의지해 모든 행동을 자유자재로 해내야 하는 종목이다. 전진, 후진, 방향전환, 블럭, 샷 등의 모든 것이 두 손과 팔에 달려있고 충돌이 잦아 부상이 많은 스포츠다. 실제로 영화 내내 선수들은 감각이 없는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직접 주사기로 근육의 물을 빼내기도 하는 등 끊임없이 부상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훈련은 녹록치 않다. 선수들은 일반인들이 아이스링크를 이용하는 낮 시간 동안 장비를 준비하고 워밍업을 하며 마감 시간까지 대기한 후에야 간신히 훈련을 시작한다. 그마저도 상대팀이 없어서 장애인 선수단이 아닌, 비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을 상대로 연습을 한다. 스케이트를 타고 선 비장애인 선수들의 시선은 높고 움직임은 빠르다. 충돌이 생기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몹시 위험하지만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다

경기 외적인 환경도 열악하다. 대관을 허가하는 아이스링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거나 숙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여름철엔 라커룸 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으로 자신감을 잃어가자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선수들이 사비를 들여 이동 비용을 조달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선수들이 비장애인을 위해 문턱을 만들어놓은 아이스링크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장면은 국가대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어려운 여건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늘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건지 자문하는 선수들에게 “사고를 당한 이후 늘 다리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왔지만, 운동을 시작한 이후 아쉬움이 사라졌다”는 한 선수의 말은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으로 다가온다. 선수들 대부분이 사고 등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입었기 때문에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못하고 마음속에 고통이 남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보여주는 사고 이전의 사진들 속에서 활짝 웃는 얼굴은 이후의 삶을 풀어내는 담담한 모습과 대비된다. 사라진 부위의 감각을 느끼는 착각인 환상통처럼 장애 이전의 삶은 이후의 삶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족쇄로 작용하고, 선수들은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끝없이 노력한다.

스포츠, 삶을 행복으로 채우다

몸 전체를 활용해서 최고의 움직임을 만들어야 하는 스포츠는 장애를 입은 선수들이 자신과 화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휠체어 이용과 계단 등 지형지물 때문에 움직임이 제한되기 때문에 자유로운 활동이 힘들어진 선수들에게 스포츠는 원초적인 감각을 깨우고 자유를 느끼게 하는 통로가 된다. 다른 선수들과 부딪히면서도 누구보다 빨리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며 동시에 퍽을 골대 안으로 밀어 넣는 섬세한 과정은 스포츠가 주는 기쁨을 극대화하며 동시에 선수들이 느끼는 답답함과 불편함이 장애 때문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장애 이전과 이후, 두 가지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하는 선수들은 스포츠와 가족을 통해 점차 그 간극을 좁혀간다. 늘 두 다리가 있는 모습으로 꿈을 꿨던 선수가 다리가 없는 자신의 꿈을 꿨다는 고백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운동회에 참석했다가 부모가 함께 달리는 종목에서 돌아섰던 아버지가 찜질방에 같이 가고 싶다는 딸들의 바람을 이뤄주며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장면도 진한 감동을 준다. 환상으로 남은 빈 자리를 현실로 채워 나가는 선수들의 모습은 장애인에게 체육과 복지가 왜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에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장애를 입었던 선수가 다시 한 번 캐노피에 몸을 맡기는 모습은 이후에도 이어질 선수들의 삶과 도전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관객들이 용감하게 장애를 받아들인 모든 장애인 체육 선수들을 향해서 더 큰 환호를 보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