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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삶의 주파수를 다시 맞추다

라디오

편집부

고교 체육의 역할이 성과냐 교육이냐는 주제는 언제나 논쟁거리다. 영화 <라디오>는 지적장애인 코치와 함께해 온 고교 미식축구팀의 실화를 다뤘다. 스포츠를 매개로 삶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하는 뜻있는 영화를 만나본다.

영화 <챔피언스> 포스터
장애인, 세상으로 나오다

영화 <라디오>는 지적 장애를 가진 한 남자가 스포츠를 매개로 세상에 나오는 이야기다. 특출한 재능이 아닌 사람들의 이해와 본인의 노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고교 미식축구 감독인 해럴드 존스(애드 해리스)의 헌신적인 도움이 이어진다.

영화는 버려진 쇼핑카트를 끌고 마을을 배회하는 ‘라디오’ 제임스 로버트 케네디(쿠바 구딩 주니어)를 보여준다. 라디오 하나와 잡동사니를 끌고 의미 없이 동네를 배회하는 그를 마을 주민 모두가 기피한다. 미식축구 훈련을 구경하기 위해서 집에서 한참 걸어서 한나 고등학교로 향하지만 학생들에게 붙잡혀서 괴롭힘을 당한다.

이 장면을 목격한 한나 고등학교 미식축구팀의 감독이자 교사인 해롤드 존스는 크게 분노한다. 학생들에게 벌칙 훈련을 부여하고 이후에도 놀러오라고 라디오를 다독인다. 처음에는 겁에 질려있던 라디오도 감독실에 초대하고 먹을 것을 주고 말을 거는 그의 노력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해롤드 감독은 매일 미식축구를 구경하며 흥미를 보이는 그를 위해서 조금씩 팀 내에서 필요한 일들을 맡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방법을 배워나간 그는 남들보다 느리지만 조금씩 교육 과정을 소화해 나간다. 그리고 성공했을 때 누구보다도 기뻐하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처음에는 라디오가 팀을 챙기는 것조차 못마땅해 하던 학생들도 점차 그를 자신들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팀의 마스코트이자 보조코치가 된 라디오는 나이가 많고 지적장애를 가졌다는 선입견을 깨고 비장애인과 같은 교실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밟게 된다.

포용적 공동체를 꿈꾸다

이 영화는 관객들이 스포츠라는 소재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모든 흥밋거리를 배제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 이를테면 쇼핑카트를 끌고 철로를 걸어가는 위태로운 모습으로 첫 등장하는 라디오의 모습이 그렇다. 기차가 오자 그는 간신히 길을 비켜 자신을 태워달라고 손을 흔들지만 검붉은 철마는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위험하고 초라하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지탱하면서 삶이라는 레일을 걸어가는 라디오에게 세상은 쇳덩어리처럼 차갑고 묵묵부답이다.

해롤드 감독이 라디오에게 갖는 미안함은 이런데서 기인한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라디오를 배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발소에 모여든 마을 남자들은 미식축구의 다음 시즌 성적을 기대하고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하지만 라디오를 팀에 합류시키자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그가 공동체에 악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한다.

이사회와 경찰을 비롯해 모든 기관은 공동체에서 라디오를 배제하려 들며 이들을 상대로 한 해롤드 감독의 끝없는 싸움은 영화의 줄기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가족이 불안한 상황에 처하고 라디오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도 한다. 하지만 해롤드 감독은 끝까지 라디오를 학교에 남기고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을 향해 자신이 아무 연고나 관련 없는 사람을 위해서 노력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라디오를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라디오가 우리를 가르쳤습니다. 그가 우리를 대한 방식은 늘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큰 소통을 이뤄내다

라디오가 성적과 효율에 매몰된 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모두를 위해 서 헌신하려는 자세다. 일상을 유지하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 서로에게 타성적이 된 이들에게 포용하는 공동체의 필요성을 가르친 것이다. 이 연설을 끝으로 해롤드 감독은 감독직을 내려놓고 일반 교사로 살면서 라디오를 가르치겠다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이후 그의 노력은 큰 결실을 맺는다. 미식축구팀과 농구팀의 중심 선수인 조니(라일리 스미스)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라디오를 괴롭히고 누명을 씌우는 등 못된 짓을 일삼던 그는 자신에 대한 호의를 거두지 않는 라디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졸업식에서 라디오에게 팀의 상징인 재킷을 선물하며 진정한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세월이 지나 한나 고등학교의 감독이 된 라디오의 변화도 극적이다. 주어진 기회를 누구보다 잘 살려낸 그의 모습은 장애가 공동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예전과 똑같이 경기 시작과 함께 응원석으로 뛰어나가는 그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관객에게 라디오라는 별명은 소통에 대한 은유로 느껴진다. 주파수를 맞추지 않으면 잡음만 나오며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은 길고, 결과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도 있다. 말이 없고 얌전하던 라디오는 말을 시작하자 크고, 단순하고, 적극적으로 소리친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느끼는 모습은 다양하지만 그것이 바로 받아들여야할 본질인 것이다. 컨트리 음악이 나오던 채널을 멋대로 돌려서 흑인 음악을 튼 라디오에게 해롤드는 “내게 익숙하지 않지만 이 노래도 좋아질 거야”라고 말한다. 장애를 뛰어 넘는 소통을 위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다. 장애인 체육이 삶을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 채울 새로운 주파수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