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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피플

휠체어농구 김동현 선수

챔피언, 다시 도전자의 자리에 서다

김일균 · 사진 김지원

김동현 선수는 대한민국 휠체어농구리그 역대 최대 득점 선수다. 리그 원년부터 4년 연속 우승을 거머쥔 리그 최강팀 제주특별자치도 휠체어농구단의 핵심 선수이기도 하다. 올해 다시 왕좌 탈환을 노리는 그의 목표와 각오를 들어봤다.

득점왕, 팀을 승리로 이끌다
김동현 선수 경기장면

김동현 선수는 제주특별자치도 휠체어농구단의 4년 연속 우승을 이끈 중심선수다. 5년 동안 3번의 득점왕과 2번의 득점 2위를 기록하면서 팀 성적을 견인했다. 2015년 휠체어농구리그가 출범한 이후 줄곧 팀을 최정상으로 이끌었지만 지난해는 달랐다.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갔지만 서울특별시청에 패하며 5연패에 실패한 것이다. 반면 김동현 선수 개인은 304득점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지만 팀 성적 때문에 빛이 바랬다. 228득점으로 2위를 차지한 김상열 선수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휠체어농구의 장애등급은 1.0부터 4.5까지로 나뉜다. 선수의 활동 능력이 좋을수록 점수가 높다. 한 팀의 장애등급은 총 14점을 넘으면 안 되기 때문에 보통 팀에서 꼭 필요한 중심선수에게 높은 점수를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팀원들의 보조를 받으며 많은 득점 찬스를 얻게 되지만 책임감도 크다. 김동현 선수의 점수는 4.0으로 팀의 1/3에 달해 팀 내 의존도가 높다. 개인 득점이 많은 것도 이를 반증하는 요소다. 자연스럽게 선수의 부담감도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선수는 챔피언보다는 도전자처럼 인터뷰에 임했다.

“올해도 목표는 우승이지만 만약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건강하고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우리 휠체어농구리그를 보다 재미있고 즐겁게 치러서 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량을 쌓아가다
팬에게 사인을 해주는 김동현 선수

김동현 선수는 올해로 33살을 맞았지만 나이대의 다른 선수보다 다양한 도전을 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우정사업본부장배,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등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수상했고, 국가대표 선수로도 활약하며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다. 올해 초에는 우리 대표팀의 일원으로 20년 만에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 2012년에는 이탈리아로 진출해서 해외 리그를 경험했다. 프로 휠체어농구팀인 산토 스테파노 팀(Santo Stefano Sport)에서 3년간 활약했다. 국내 선수 중에는 스페인 리그를 경험한 김상열 선수와 더불어 둘뿐인 해외 진출 선수다. 스포츠를 삶의 질과 결부해 사회적 기반으로 삼는 스포츠 선진국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온 것이다.

“국내 리그와 비교하면 이탈리아 리그는 보다 열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관중들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팀에 대한 후원도 많습니다. 지역 모든 사람이 스포츠를 응원하며 경기장 안에서의 응원전도 치열합니다.”

물론 낯선 해외 생활에 따른 불편도 컸다. 첫 시즌에는 언어의 장벽이 가장 컸다. 경기장 안에서는 농구 용어로 소통했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아 사소한 일에도 쩔쩔매야 했다. 두 번째 시즌에는 아이가 생기면서 고충을 겪었다. 팀의 근교에 마체라타 시가 위치해있지만 그나마 약 4만 명의 인구가 사는 도시라 병원이 적고 의료 서비스가 열악해서 애를 먹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불편을 겪었지만 그는 결코 헛된 도전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비록 힘든 일도 많았지만 열정적인 응원을 받으면서 뛸 때는 감동적이고 뿌듯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서 팀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리그 우승과 패럴림픽을 정조준하다
김동현 선수

김동현 선수는 이탈리아에서 머무는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선전했지만 세 시즌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5년 출범한 KWBL 휠체어농구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친정팀인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마음 편하고 즐겁게 운동하면서 리그 4연패를 일궈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선수들을 향한 관심과 응원이다. 그는 이탈리아처럼 많은 관객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한다면 선수들도 더욱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팀마다 홈과 원정 경기를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면 일반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올해 더욱 특별한 마음으로 리그에 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선수들의 전반적인 훈련량이 적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의 설욕뿐만 아니라 오는 2021년에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선수 본인도 20년만의 패럴림픽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매년 ‘한 시즌 더, 한 시즌 더 하자’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힘이 닿는 데까지 뛰고 싶습니다.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스포츠 리그가 자리 잡도록 도와 다양한 사람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2라운드 첫 경기인 10월 11일 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 휠체어농구단은 4전 전승으로 1위가 됐다. 작년의 실패에 머물렀다면 결코 이뤄낼 수 없었을 성과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지만 승리를 향한 노력도 현재 진행형이다. 다시 도전자의 자리에 선 김동현 선수의 꿈이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