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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패럴림픽 무대에 선 영웅들

불사조, 비상하다

편집부 사진제공 유튜브 채널 ‘Netflix’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도쿄 패럴림픽을 기다리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불사조, 비상하다>는 전 세계의 수많은 선수와 관객의 눈길이 쏠리는 패럴림픽을 조명해 내년 대회의 감동을 미리 느껴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 <형> 포스터
세련된 영상으로 집중력을 높이다

<불사조, 비상하다>는 영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패럴림픽의 역사와 출전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국가대표 장애인 선수들의 신체와 움직임을 선명하고 역동적으로 잡아냈다. 영상미는 물론이고 스포츠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까지 극대화했다. 곳곳에 재미있는 여담과 특수효과 등의 요소를 가미해 비장애인 시청자도 장애인 체육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육상 선수 은탄도 마흘랑구의 스토리가 대표적이다. 선수가 태어난 마을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숨겼고 자신도 숨어야 했다는 슬픈 사연을 이야기하는 동안 그의 옆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치타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그리고 그가 의족을 끼고 달리기 시작하면 치타도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영상은 달리는 치타의 모습과 선수를 슬로모션으로 교차하는 방식으로 동일시한다.

선수의 본능적인 생명력을 동물로 형상화한 이런 장면은 장애인 선수에게 날렵하고 강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또한 신체의 결손에 집중하기 쉬운 시청자의 시선을 분산시켜 선수의 활동 자체를 주목하도록 만든다. 이렇듯 영화는 세련된 표현법과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패럴림픽 대회와 출전 선수들의 노력을 관객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 중 한 장면
홍보에서 대회 성공의 이유를 찾다

특히 2012 런던 패럴림픽의 에피소드는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런던 올림픽 당시 거리에 나붙은 광고판을 주목한다. ‘분위기 띄워줘서 고마워요. 패럴림픽 개막 4일 전’이라는 문구다. 이는 올림픽이 주요 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전복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패럴림픽으로 끌어오는 효과를 가져왔다. 덕분에 대회는 당시 총 278만 장의 티켓을 팔고 경기장 수용률 95%를 기록해 역대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영화는 대회 성공의 이유를 홍보에서 찾았다. 당시 패럴림픽은 올림픽에 버금갈 정도로 화려한 불꽃쇼로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개막을 선언했고, 타워 브리지 위에 걸렸던 오륜도 아지토스로 바꾸며 올림픽과 동등한 패럴림픽의 위상을 살렸다. 당시 런던은 장애 혐오 범죄 신고율이 최고치에 달할 만큼 장애 인식이 안 좋았지만 주최 측의 노력과 선수들의 활약이 합쳐져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편 대회 무산 위기를 겪었던 2016 리우 패럴림픽은 그 반례로 언급된다. 당시 파산 위기를 맞았던 브라질 정부는 패럴림픽 예산을 올림픽에 유용하는 만행을 저지르며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주최 측 일부의 노력에 힘입어 가까스로 대회가 열렸지만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선수들은 텅 빈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대회 후반에는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총 210만 장의 티켓을 팔며 성공했지만 잘 준비했다면 베이징과 런던에 이어 대회의 외연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다.

영화 중 한 장면
패럴림픽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다

영화는 패럴림픽 활성화를 위해서 대회와 선수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대회의 흥행 실패 원인이 대부분 홍보 부족 때문인데 이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대회 흥행에 중요한 요건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예로 영화는 2016년 대회 당시 ‘2016 리우 올림픽 경기 준비위원회’라는 정식명칭을 사용해 패럴림픽을 배제한 주최 측의 무신경함을 고발한다. 두 대회의 동등함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 흥행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참담했던 러시아와 중국의 장애 인식을 조명하며 사회적 인식의 결여가 대회와 선수들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도 살펴본다. 소련은 1980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패럴림픽 개최를 거절해 원성을 샀다. 이는 공산권 국가들이 체제 선전을 위해서 미관상의 문제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련은 장애인들이 쉽게 외출하기 힘든 환경이었고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복지정책도 전무했다. 이때 나온 ‘소련에는 장애인이 없다’는 말은 후진적인 사회적 인식을 나타내는 단적인 예로 지금도 구전되고 있다.

‘올림픽은 영웅이 탄생하고 패럴림픽은 영웅들이 출전한다’는 말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영웅의 조건은 주로 기이한 탄생, 비범한 재능, 위기를 극복하는 서사다. 장애인 체육 선수들은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모든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영웅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장애인 선수들을 모델로 새롭게 깎은 그리스 조각상들이 장식한다. 내년, 위대함을 새롭게 정의하는 영웅들이 펼칠 활약이 기대된다.